카카오톡 없애기
간단한 예시 하나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제품에는 고객 요청을 받는 채널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카카오톡이었습니다. 자연어로 된 질의가 오가고, 외부 솔루션인 이유로 여러 단점들이 있었습니다. 누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화면을 보다가 보낸 요청인지 일일히 분석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응대 품질을 개선할 방법이 없었죠. 자연스럽게 제품팀에서는 카카오톡 채널을 없애자고 논의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기존 고객들은 카톡의 대화를 더 편해한다. 이를 갑자기 없애면 불만으로 이탈할 것이다라는 이유였습니다. 일리가 있는 이유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용자를 위해서 카톡을 남겨놓자-이므로 반박하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반대한다면 제가 사용자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되니까요.
이해관계자의 편향성
이해관계자의 편향성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생소해 보이지만 간단한 개념입니다.
어떤 결정에 자기 이해가 걸린 사람일수록, 판단이 그 이해에 유리한 쪽으로 기웁니다. 이걸 이해관계자의 편향(stakeholder bias)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기적이라서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그렇게 하니까요.
이러한 편향성은 솔직하게 논의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나에게 더 편하다라는 이유는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대신 "사용자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팀을 위해서" 라는 대의 아래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게 거짓만은 아닙니다) 자기 편의를 위한 주장보다 모두를 위한 주장이 훨씬 정당하게 들리니까요. 그래서 본인도, 듣는 사람도 그게 편향인 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사용자 리서치를 했습니다. 정말 고객들이 카톡을 원하는지 직접 확인해 본 것입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고객들은 오히려 카톡 채널이 없어지는 걸 반겼습니다. 흩어져 있던 문의 창구가 하나로 정리되는 걸 더 편하게 느꼈습니다. 불편해할거라던 예측은 오히려 빗나갔습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이것이었습니다. 카톡이 빠지면, 그동안 카톡 응대를 떠안던 쪽의 일이 늘어나는 것. 그리고 카카오톡을 대체할 기능에서 버그, 에러가 생기면 더 대처해야할 일이 많아지게 되는 것. "사용자가 불편해한다"는 말은, 그 걱정을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형태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나쁘다, 거짓말을 했다가 아닙니다. 진짜 걱정이 다른 형태로 옮겨진 것일 뿐이니까요.
데이터로 설득하기
그러니 이걸 누구의 잘못으로 몰면 핵심을 놓칩니다. 저도 똑같이 합니다. 사람은 원하는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걸 뒷받침할 근거를 나중에 찾으니까요. 여기서 알아야 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은 편향적으로 말하게 될 수 밖에 없으니, 단순한 걱정 불만의 기저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는 사용자가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는 일이 많아짐에 대한 걱정이 더 큰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설득하는 것은 데이터입니다. 사용자가 그러할 것이다란 주장, 편향에 가까운 주장이 아닌가 생각되면 실제로 데이터를 긁어모으면 됩니다. 감정이 상하지도 않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